호텔 주방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 자기 가게를 열면 대개 그동안 하던 요리를 그대로 가져옵니다. 이 클라이언트는 반대로 가고 싶어 했습니다.
[가볍게]
: 실력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차림을 가볍게 하는 것
서울 강서구의 오래된 상가 거리에 자리한 더 키친 11th는 58.3㎡ 규모의 펍·비스트로·카페입니다. 2014년 5월 문을 열었습니다. 호텔에서 요리하던 클라이언트가 무거운 코스가 아니라 가볍게 즐기는 요리를 내고 싶어 시작한 가게였습니다.
낡은 건물은 뜯어내지 않았습니다. 기존 파사드의 벽돌 패턴을 그대로 두고 색만 입혔습니다. 상부는 밝은 하늘색, 기단부는 짙은 회색, 그 위에 흰 어닝 두 장. 오래된 거리에서 이 건물만 새로 지은 것처럼 보이면 오히려 겉돕니다. 건물을 바꾸는 대신 표정만 바꿨습니다.
전면은 폴딩도어로 만들었습니다. 계절이 좋을 때는 접어서 열 수 있습니다. 열리면 실내와 보도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고, 음식 냄새와 사람들의 웃는 소리가 그대로 거리로 나갑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먼저 닿는 것은 간판이 아니라 그 온도입니다.
안쪽은 짙은 회색 벽에 원목 판재를 낮게 둘러, 앉은 사람의 등이 닿는 높이만 따뜻하게 남겼습니다. 검은 격자 타일과 간접조명으로 빛을 낮추고, 의자는 빨강과 초록의 벤트우드로 색을 흩어 놓았습니다. 어두운 톤이지만 무겁지 않도록.
가볍게 먹고 가라는 말은 메뉴판보다 문이 열리는 방식에서 먼저 전달됩니다.
The Kitchen 11th is a 58.3-square-metre pub, bistro and café in Gangseo-gu, Seoul, completed in May 2014. The client, formerly a hotel chef, wanted to serve light dishes rather than heavy courses, and took a unit on an ageing shopping street. Rather than rebuilding the façade, the existing brick pattern was kept and only recoloured — pale blue above, dark grey at the base, with two white awnings. The frontage is a folding door that opens with the season, letting cooking smells and laughter reach the pavement. Inside, dark grey walls are banded with timber at seated height, with black grid tile, low indirect light and red and green bentwood chairs. Photography by Cheongchun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