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으로 나뉜 건물은 회사도 층 수만큼 나뉩니다. 각자 자기 층에서 일하고, 서로 어떤 작업이 돌아가는지 모른 채 하루가 갑니다.
[수직]
: 나뉜 층을 하나로 다시 묶는 것
그 일을 복도가 아니라 계단이 하는 것
서울 강남구에 자리한 디지털 스튜디오 2L은 512㎡ 규모의 영화 후반작업 스튜디오입니다. 2010년 11월, 단독 건물 한 채를 쓰는 곳으로 층마다 작업 공간이 따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정한 것은 덜어내는 쪽이었습니다. 후반작업은 화면 앞에서 색과 소리를 다투는 일이라 공간이 먼저 말을 걸면 안 된다고 봤습니다. 벽과 바닥과 천장을 아이보리 한 톤으로 통일하고 장식을 두지 않았습니다. 남긴 것은 곡면으로 흐르는 계단 측벽 하나뿐입니다. 전문성은 많이 보여주는 쪽이 아니라 군더더기가 없는 쪽에서 읽힙니다.
계단은 층을 오가는 통로가 아니라 공간의 중심에 두었습니다. 측벽을 이음매 없는 하나의 곡면 덩어리로 만들어 계단 자체가 하나의 형태가 되게 했고, 디딤판 옆에 낮은 조명을 심어 발밑만 밝혔습니다.
계단 위로 뚫린 보이드를 따라서는 유리 구체 펜던트를 층을 관통해 떨어뜨렸습니다. 아래층에서 올려다보면 위층의 빛이 구체를 타고 내려오고, 위층에서 내려다보면 아래층의 바닥까지 시선이 닿습니다. 층은 나뉘어 있지만 눈으로는 끊기지 않습니다. 이 한 줄기가 512㎡ 건물에 깊이를 만듭니다.
작업은 각자의 층에서 따로 이루어집니다. 다만 오르내릴 때마다 한 번씩 같은 자리를 지나게 됩니다.
Digital Studio 2L is a 512-square-metre film post-production studio in Gangnam-gu, Seoul, completed in November 2010. Occupying a single detached building with work areas divided across floors, the design treats the connecting stair as the centre rather than as circulation. Surfaces are kept to one ivory tone with no ornament, leaving a single curved stair wall as the only form, while a column of glass sphere pendants falls through the stairwell void so that the separated floors remain visually continuous. Photography by Cheongchun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