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27년. 낡은 배관과 결로, 뒤틀린 문틀까지 오래된 집이 겪는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집을 오래된 것이 아니라 지금 사는 사람에 맞춰 다시 쓸 수 있는 구조로 읽었습니다.
[두 겹]
: 오래된 구조를 지우지 않고
지금의 하루를 그 위에 겹치는 것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자리한 한강대우아파트는 107.3㎡(32평형) 규모의 구축 아파트입니다. 2025년 리모델링을 완료했습니다. 마감보다 먼저 새시를 전면 교체하고 외벽에 맞닿은 모든 벽체에 고밀도 단열재를 시공했으며, 실외기는 거실 발코니의 별도 실외기실로 분리했습니다. 27년 된 아파트에서 단열과 설비를 먼저 잡지 않으면 어떤 마감을 써도 같은 문제가 반복됩니다.
클라이언트가 요청한 것은 화려함이 아닌 절제였습니다. 벽은 크림톤, 바닥은 웜그레이 강마루로 정리하고 곳곳에 내추럴 우드를 더했습니다. 좁은 현관은 철거 후 다시 그려, 새로 짠 신발장이 거실 시선을 가리는 파티션이자 거울 마감으로 공간을 넓혀 보이게 하는 장치가 되도록 했습니다.
이 집의 클라이언트는 커피를 내리고 피규어를 모으는 사람이었습니다. 취미를 창고에 두지 않고 거실 벽면에 우드 진열장을 짜 넣어 생활 안으로 들였습니다. 27년 된 골조 위에 지금의 취향이 얹히는 방식입니다.
좁고 긴 주방의 구조는 약점이 아니라 장치가 됐습니다. 안쪽은 조리에 집중한 회색 무광 주방으로, 바깥은 사람이 앉는 긴 아일랜드 바로 나누어 한 공간에 두 개의 리듬을 두었습니다.
안방도 같은 방식입니다. 넓지만 비효율적이던 방을 가벽 대신 책장 하나로 나누어, 한쪽은 침실로 한쪽은 서예를 하는 작업실로 두었습니다. 자는 호흡과 몰입하는 호흡이 문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쓰임이 낮던 안방 욕실은 철거해 수납 팬트리로 바꿨습니다.
구조를 바꾸는 일은 면적을 늘리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하루에 맞춰 방의 쓰임을 다시 정하는 일입니다.
Hangang Daewoo Apartment in Ichon-dong, Yongsan-gu, Seoul is a 107.3 sqm (32-pyeong) older apartment, renovated by Bananafish in 2025. Twenty-seven years old, it carried every problem an ageing home accumulates, so windows, insulation and services were resolved before any finish. The client collects figures and brews coffee: display cabinets were built into the living-room wall so the hobby sits inside daily life rather than in storage. The long narrow kitchen was split into a matte grey cooking zone and an island bar for sitting, and the oversized master bedroom was divided by a single bookshelf into a sleeping side and a calligraphy studio — two rhythms in one room, without a door between them. Photography by Cheongchun Studio.